저는 19살 여자이고 동생은 이제 막 중학생이 되는 여자아이입니다.
^서론-빌드업

저는 대학 입시판에 뛰어든 수험생이고, 집에 붙어있지 않는 날이 늘어났습니다. 학원은 4,5개로 늘어났고 매일매일 학원 숙제에 수행평가에, 지필고사 준비에 바빠서 거의 밤 늦게 집에 들어가 씻고 잤습니다. 동생은 서서히 초등 고학년에 들어섰고 친구들과 노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또 동생도 이제 슬슬 공부를 시작해야하니 여러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저희는 점점 얼굴도 못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대화도 적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니 점점 동생에 대해서 모르는 것도 많아지고, 동생과 막상 만난다고 하더라도 서로 각자 폰이나 보고 시큰둥해지고... 그래도 걔는 걔고 저는 저니까. 각자 인생이 있고 가족이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공유하고 살갑게 지낼 수는 없으니까. 커가면서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1, 2년 만 있으면 저는 입시가 끝나 대학가에서 자취할테고, 집에서 가족과 보낼 시간은 확연히 줄어들 겁니다. 제가 대학을 가면 저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쌓을 테고, 동생도 이제 대입을 슬슬 준비할테니 더 멀어지겠죠. 아직까지는 서로 어색하진 않고 대화도 곧잘 나누곤 하지만 데면데면한 관계는 시간이 지나 어색한 사이로 남게 될 것같아 속상해요.


:::::요약 : 어릴땐 동생이랑 친했음. 근데 이젠 아닌 것같아...


^본론-현황
***저는 동생과 함께 지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남은 시간만큼은 잘해주고 싶었습니다. 밤 10시쯤 학원이 끝나면 전화해서 편의점 들를 건데 먹고 싶은건 있니, 뭐 갖고 싶은 건 없니 언니가 사줄게, 용돈 부족하다고? 언니가 줄게...

저는 수험생으로, 동생에게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니 대신에 금전적인 걸로라도 애정을 표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동생도 우와 언니!!! 하고 굉장히 좋아해서 저도 행복했어요. 그런데 제가 계속 해주다보니 동생이 거만해진 건지, 당연하다고 여기는 건지, 이제 중딩됐으니 자기 친구관계가 더 중요해서 제가 뒷전으로 밀려난 건지. 사춘기라서. 아님 이제 저랑 자기가 키가 비등비등해져서 우습게 여기는 건지..

이젠 연락을 보내도 씹고, 거의 단답이나 이모티콘으로만 답장하고, 뭐필요한거 없냐는 연락에만 꼬박꼬박 답장하고, 하루종일 폰만하고. 침대에서 하루종일 폰만 하니까 우리ㅇㅇ이 뭐해!하고 제가 껴안으니 아 저리가..하고 폰만하고. 하루종일 에어팟끼고 있고, 말걸어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자기 기분 좋을 때에만 살랑살랑 다가와서 언니잉 하고 웃는데 너무 속상해요. 평소의 저는 그냥 물주이고, 자기 기분 좋고 심심할 때에만 언니인가요... 예전의 사랑스러운 제 동생이 그리워요.


:::::왜 동생에게 애착이 심한가? 어릴적 이야기

제 아버지는 사업일로 늘 바쁘시고 10중 8로 만취하셔서 귀가하시곤 했어요. 평상시엔 저나 동생에겐 엄청 잘하고 좋은데 술만 마시면 사람이 포악해졌어요. 목소리가 정말 크고 덩치도 커서 술취해서 걸으면 집안 전체가 울려서 무서웠어요. 사업이 잘 안풀리면 새벽에 술취해서 들어오셔서 자는 식구들 다꺠워서 모이게 해놓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경기가 어떻고... 자기 말이 다 맞아서 반박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떤 괴상한 논리를 만들어서든 그 사람의 인격을 말살해버려요.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사업가이고 좋은 대학원을 나왔고, 인맥이 좋고, 그가 하는 말은 당위성을 가지고, 그는 단련된 사회인이니까요...

아버지와 의견이 안맞아 몇번 싸운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아버지가 제 영혼을 말살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요. 심장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호흡이 가빠져 숨을 못쉬어서, 온몸에 힘이 빠지고 눈알이 위아래로 달달달 지진이 나고 몸이 자꾸만 앞으로 엎어지고 온몸이 덜덜 떨리고 뇌가 떨리고 온세상이 떨리고. 그때마다 어머니와 동생이 아버지를 막아서 저를 보호해주셨는데, 엄마가 아빠를 온힘으로 막아세울때, 온몸으로 발작하는 저를 꽉 껴안아 주던 동생이 너무 고마웠어요. 세상에 믿을 게 너구나 싶었어요.


어머니는 독박육아에 지치셔서 우울증 증세가 있으셨어요. 시대에 안 맞게 꿈도 참 많고 진취적이던 사람인데 집에서 애나 보려니까 죽을 맛이었겠죠. 그 누구도 너는 일하지말고 애만 보아라 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과연 정말 어린 애 둘 케어하면서 직장을 다니는 게 가능했을까요. 서른 후반. 경단녀인 어머니는 어렵게 구한 직장에 재직하시다가 저와 동생이 동시에 독감에 걸려 일주일을 앓아눕자 한달 후에 직장을 그만 두셨습니다. 아버지는 사업때문에 바쁘셔서... 육아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셨어요
엄마가 맨날 밤마다 방에 불을 다 꺼놓은 채로 난간에 서서 창밖을 내려다보는데 그당시 저는 어려서 몰랐겠지만 아마 그때마다 제가 느낀 감정은 두려움. 공포. 우울. 불안. 혐오. 억울함. 그런 게 아니었을까요....

집에는 늘 아빠가 없고, 창밖을 내다보는 어머니가 있고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이 있고. 그때 제게 동생=내가 지켜줘야함='내' 동생.=자기가 무서운데도 나를 지켜줌=내 버팀목
이런 사고기제가 확립된 게 아닐지.. 제 자아를 확장해 동생을 그 범위에 포함시키게 된 것같아요. 어쩌면 제가 자식운운하는 게 우습지만, 진짜 제 자식으로까지 여기고있는 것 같아요. 동생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너무 사랑해요. 동생이 제 애정을 몰라주는 게 속상해요. 동생이 준 고3응원 편지는 진작에 코팅해서 갖고 다니고 열쇠고리는 가방에 달고 모시고 다녀요. 너무 동생이 좋아요.

진짜 제 동생만큼은 힘든 거 아무것도 모르고,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이랑 좋은 것만 누리게 해주고 싶어요. 커서 제가 돈벌고 동생은 진짜 하고싶은 거 다하고 살았으면 싶어요. 그리고 그 대신에 동생 만큼은 언제나 저를 좋아해줬으면 했어요...

하지만 이제 저는 곧 어른이 될테고 동생도 사춘기니까 성숙해질테고 각자 분리된 개인으로 존재하게 되겠죠. 저도 이제 제 애정을 내려놓아야한다는 걸 알아요. 정확히는 제 자아가, 정서를 자립해야한다는 거요..



^결론-질문
1. 제가 유별난 건 알고 있는데... 많이 유별난 건가요? 동생과 나이차가 있어서 유독 귀여워하긴 했는데... 제가 그렇게나 많이 귀찮게 구는 건가요?(어이구 귀여워, ㅇㅇ이 그랬어? 할머니가 손주대하는 느낌)

2. 보통의 자매는 어떻게 지내나요?

3. 동생에게 나 너가 이러이러 해서 이러이러한 감정을 느꼈고 나는 이런 마음이었는데 너가 몰라줘서 조금 속상했어. 진지하게 대화를 하면 동생이 싫어할까요?

4. 사춘기 동생 대하는 법...?

5. 제가 너무 호구인가요. 물질적인 걸 너무 충족시켜주면 안될까요?